탈북자 북송 반대 성명서 발표 및 시낭송
3월 15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탈북자 북송반대 성명서 발표와 시낭송에 대하여 보고드립니다.
1200여명의 현대시협 시인들을 대표하여 20여명의 시인들이 경복궁 역에 모였습니다.
신규호, 정연덕, 오양호, 최진연, 심상운, 정무수, 홍천안, 손해일, 조명제, 강정화, 이춘하, 정유준, 안광태, 윤희선, 문민자, 권희자, 이솔, 김진중, 여영미, 나석중, 이선 시인들이 참석하였습니다. 개인 약속을 모두 접고 우선적으로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월 8일 발전위원회 창단식날, 이춘하 부이사장의 발의로 재청을 거쳐 회장단은 만장일치로 탈북자 북송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심상운 회장은 손해일 부이사장에게 성명서를 쓰라고 임무지명을 내렸습니다. 여영미 발전위원은 엔지오 신문 대표로서 앞으로 현대시협 홍보담당을 겸할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3월 15일날 오후 3시, 경복궁역에서 만나 중국대사관을 향하여 떠났습니다. 중국대사관 앞에서 조선일보, 엔지오 신문, 뉴델리 신문, 통일신문, 문민자 기자 등 여러 사진기자와 편집기자들이 현대시협 집회를 취재하였습니다.
중국대사관 맞은편에서 3시 30분경, 정유준 상임이사의 사회로 손해일 부이사장이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어서 심상운 회장은 인사말씀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경위와 배경설명을 하였습니다. 심상운 회장은 현대시협 시인들은 정치적 의도를 모두 배제하고, 탈북자에 대한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찾아주기 위하여 순수하게 시인들이 모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용기를 내어 참석해 준 시인들과 서명에 동참한 시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였습니다.
강정화, 최진연, 이춘하, 이선 시인 순서로 시낭송이 이어졌습니다. 정치적인 목적을 전혀 배재한 만큼 시인은 시로 표현해야 한다는 기본철학을 실천한 것입니다.
강정화 시인은 <나팔수 되세나> 시를 통하여 우리 ‘모두 나팔수가 되어 탈북자 강제북송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려서, 사람들이 모두 단합하여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도록 촉구하였습니다.
현대시협은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가장 먼저 시인들에게 맬로 알려 통보한 최진연 시인을 집회에 초대하였습니다. <눈물의 강제 이별> 시를 낭독한 시인은 ‘임신한 언니와 형부가 각각 다른 감방에서 지내며 이별하는 눈물겨운 상황’을 시로 표현하여 중국대사관 앞에 함께 있던 다른 집회자들까지 감동시켰습니다.
이춘하 시인은 <프리즈>라는 제목의 시를 낭독하였는데, ‘제발 살려 달라’는 절규가 있는 인간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 시를 발표하였습니다. 짧지만 강도가 높은 시입니다.
이선 시인은 <다리를 건너다> 라는 제목으로 즉석 시낭송 퍼포먼스를 하였습니다. 긴 흰 광목 천 두 개를 길바닥에 깔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표현하였습니다. 해와 달이 그려진 초록 머풀러를 나부끼며 거리를 달리며 공연을 시작하자, 참관하던 악사가 단소로 배경음악 반주를 넣어주었습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즉석 거리공연을 하여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이선 시인은 긴 초록 머풀러를 버리고 다시 흰 긴 머풀러로 탈북자의 희망과 절망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나 죽어서라도 ‘압록강에 오른발 걸치고, 백두산에 왼발 걸치고 징검다리 무지개’가 되어 조선땅을 지키고 싶다는 탈북자들의 마음속에 있는 실향민들의 바람을 비장하게 표현하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조선일보, 엔지오 신문, 뉴델리 신문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왜 시인이 집회에 나왔는가? 퍼포먼스는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가? 앞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한 현대시협의 방향은 어떻게 갈 것인가?” 등을 물었습니다. 한 기자가 “오늘 하나 건졌네”라고 돌아서며 말하는 소리를 듣고, 우리 집회를 기자들이 주목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3월 16일자, 엔지오 신문과 뉴델리 신문에서 집회 참석한 시인들 단체사진과 이선 시인 퍼포먼스 사진을 인터넷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엔지오 신문은 성명서 내용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현대시협 시인들의 탈북자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과 애정을 강조하며 이 운동이 범세계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뉴델리 신문에는 단체사진과 <다리를 건너다> 시가 소개되고 퍼포먼스 장면을 게재하여 첫 거리 행위예술로 소개하였습니다.
기자들은 지금까지 종교단체 위주로 하던 집회를 시인들이 참여하여 문화단체로는 최초로 참가한 것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현대시인협회 시인들이 집회에 참가한 것은 정치목적을 모두 배제한, 죽음으로 끌려가는 인간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에 대한 기본적인 방해는 어떠한 이유로도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인들의 간곡한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앞으로 카페와 여러 문학 사이트에 배포되고 있는 현대시인협회 성명서에 대글로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탈북자 북송반대 성명
"중국정부의 인도주의적 해결을 촉구한다"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1,220명 시인일동은 최근 강행되고 있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사태를 맞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를 중단해줄 것을 촉구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누릴 신성한 권리를 부여 받았다. 그럼에도 세계 곳곳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고 있음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 북한 동포들이 자유가 제한된 환경 속에서 식량난 등으로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음은 국제사회가 이미 주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북한동포의 탈북은 정치적 차원을 넘어 인도적 입장에서 보호받아야 할 현안이다.
중국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였으며, 1988년에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탈북자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인도적 입장에서 해결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1960년 체결된 <조-중 탈주자 및 범죄인 상호인도 협정>을 앞세우지 말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인류의 복지를 위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국내법과 국제협약이 상충될 때는 국제협약이 우선한다.”는 유엔헌장 103조 등을 준수해 주기를 바란다.
한국 시인들은 중국이 두보, 이태백, 도연명 등을 낳은 시의 나라이며, 노자, 장자, 공자, 맹자의 동양정신이 살아있는 나라라고 믿는다. 따라서 탈북자에 대한 중국정부의 인도주의적 해법을 기대한다. 이는 중국을 문화와 윤리의 대국으로 만드는 큰 길이기 때문이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시인들은 다른 ‘사회단체’들도 인권문제에 앞장서서 탈북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망한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외교적 노력과 해결책을 강화해 주기를 촉구한다. 우리 국민들도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국내외 여론확산에 적극 협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2012년 3월 15일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시인 일동
==========================================================
<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시 > =======================================
나팔수 되세나 / 시인 강정화
하늘이여 굽어 보살피소서
분단국이란 한스럽고 슬픈 멍에 지고
속박과 굼주림에 시달리다
목숨을 걸고 자유 찾아 탈북한 동포들
정치가 무엇인지 권력이 무엇인지 모르는 저들이
배부르고 등 따시게 살고픈 욕망 하나
다급하고 절절하여 파란만장한 탈출로
사선을 헤쳐 왔건만 자유는 날아가고
매서운 보안관에 잡혀 억류되었다가
무서운 보복과 응징이 기다리는
인권이 짓밝힌 죽음의 땅으로
다시 강제로 북송 시킨다니
오호 통제라 이를 어찌할건가.
하늘이여 도와 주소서
이데오르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저들의 발버둥이 허공에 나부끼니
우리 모두 마음과 힘 모우게 하시어
불상하고 가여운 난민이 된 탈북자들
더 이상 박해와 위협의 땅 동토로
등 떠밀어 몰아내지 않도록
힘모아 다같이 나팔수 되어
국제사회가 앞장 선 인도주의로
위기와 고통의 극한 상황에 놓인
저들의 처참한 절규 멈추게 하여
자유 얻어 덩실 덩실 춤추는날
오호 이를 손꼽아 기다리리라.
프 리 즈 / 시인 이춘하
프리즈, 프리즈, 프리즈
제발 멈춰주세요 !
제발 살려주세요 !
우리들의 형제들이
우리들의 어린 친구들이
침묵하며 죽음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해마다 피는 꽃이 아니잖아요
사람의 목숨은 밤마다 꾸는 꿈이 아니잖아요
제발 멈춰주세요 !
제발 살려주세요 !
프리즈,프리즈,프리즈
눈물의 강제 이별 2 / 시인 최진연
두만강 건너 개 짖는 소리를 깔아 뭉기면서
“야야, 너네 뭐야, 이게.
야, 북조선 여잘 어떻게 믿니?
너 그게 사랑이니? “
공안이 짐승처럼 차에 밀어 올려 끌고 가서
임신 8개월의 언니와 조선족 형부가
눈물로 부르짖으며 헤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고
중국국경수비대 군인 셋이 낄낄대고 있었네.
간밤에 나를 잡은 그 중국 공안원 놈
어둠 속에 내 가슴을 더듬을 때
좀 더 세게 그놈의 팔을 물었어야 하는 거라고
내가 그놈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릴 때
그 조선족 형부가 갯벌 진흙 빛 얼굴로
가끔 창밖을 내다보며 나처럼 압록강을 생각할까.
수비대 막사 감방 앞에서
함지박을 엎어 놓은 듯 배가 부른 언니는, 서른 살
형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는데,
놈들은 언니와 형부를 신발에 붙은 껌처럼
강제로 잡아끌어 떼어 놓고 있었네.
뱃속의 아기도 눈물을 보태는지, 남편과 헤어진
언니는 여자 감방에 와서도 계속 눈물을 흘리고
서 있었다, 며칠째 아무 것도 먹지 않은 몸으로
작은 문을 향해 남자 감방을 바라보며.
이런 비극을 연출하고 있는 야만의 중국인들
중국정부는 세계를 향해 무어라 대답할까.
성 도구로 난민들은 팔아먹고
무임 노동으로 착취하면서 걸핏하면
공안에 넘기겠다고 협박하는 야만의 짓을 자행하는
중국인들은 인류의 양심 앞에 무어라 말할까.
다리를 건너다/ 시인 이선
압록강 얼음다리, 건너가네
달도 별도 잠든 밤, 숨죽여 건너네
아버지인 백두산,
어머니인 두만강,
생명젖줄 이어, 나를 키우신 땅
신발 한 짝 절뚝거리며 강물에 둥둥, 떠밀려가네
-배고프지 않는 나라
텐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꿈인 거야,
난 지금 황홀한 꿈을 꾸는 게야,
“넌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누나는 내 이마에 꿀밤을 먹이고 깔깔 웃어댔지
러시아 벌목 노동자, 철도노역자, 뭐든 야무지게 일할 거야
나는, 다시는 배곯지 않아
-자유, 한 공기
배 두드리고 맘껏 퍼 먹을 테니까,
숨죽이고 울며, 울며 건넜던 압록강을
죽음너머, 푸른 강물 너머, 또 다시 속히 건너오라 하네
-사뿐사뿐, 나비처럼 날아서
“어머니, 제발”
압록강에 오른 발 걸치고
두만강에 왼발 걸치고
나는, 차라리 무지개 징검다리가 되고 싶소
오, 땅이여
북조선 땅, 헐벗은 나무들을 돌보아 주소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