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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현대시인상 및 한국현대시 작품상 수상자 발표
<한국현대시인상 수상작품>
달빛인터뷰
여한경
꽃들은 땅위에 발자국을 남깁니다
가을이 지기 전에
별들은 그 발자국을 세고 있습니다
별 하나, 꽃 하나
별 둘, 꽃 둘
새벽이슬에 젖은 나비의 날개를 당신이
만날 수도 있겠으나
오전 5시 28분 햇빛과 함께 시작되는
나비의 떨림을 만질 수도 있겠으나
꽃이 지고
잎이 다 떨어진 꽃밭 주변을 당신은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장다리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잡으러
당신은 뛰어다닌 적이 있겠으나
눈에 꽃가루가 들어간다고 호들갑을 떤 적도 있겠으나
날아가 버린 나비는
첫 키스처럼
허전한 아픔입니다
<여한경 약력>
<문예운동>(2001.) 등단
백두산 문학상 본상 수상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문인권익옹호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학진흥재단 운영위원. 대한불교문학인협회 부회장
핸드폰 : 011-820-9992
<여한경 수상소감>
저는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어떤 법칙’ 보다도 ‘자연의 이법’을 더 중시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바탕이 되어서인지 나이가 80이 넘어서면서 더 조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청청한 현역 시인들 또는 원로시인들도 마음먹지 않는 일을 저질러 놓았습니다. 이분들께 거듭거듭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심사위원들께서도 저의 마음을 읽으셨던가? 나이에 대한 동정심을 일으키셨던가? 젊은 분들은 다음의 기회가 얼마든지 있음을 감안하셨던가? 저를 수상자로 선택을 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심사위원님이 누구신지는 몰라도 너무 감사하고 마지막 노력의 격려로 생각을 하면서 거듭 거듭 남은 생에 노력을 할 것을 결심하며 두 손 모아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유명을 달리하더라도 영원히 잊지 아니하고 거듭 거듭 감사를 드리며 여러분들의 앞날을 다함께 축복 드리고자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현대시인상 수상작품>
낚시
여영미
너의 바다로 통나무배 하나 띄운다
달이 뜨지 않는 밤이 있다
괜찮아, 파란 하늘 흰구름도 보낸다
그녀 미소는
통나무 그네 위로 떨어지던, 별빛
아침 이슬에 젖겠다
그녀는 어제 꺾어온 안개다발을 말리고 있다
빈 술병들은 아침을 지킨다
낚는 자리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잠시 머물 뿐인데,
바람이 속삭인다
뒤집히면 물고기와 바뀔 운명
낚고 낚이고.
푸른 바다는 또 파도를 몰고 와서
거칠게 모래벌판에 문지르며 뒤집힌다
<여영미 약력>
1990년 ‘시문학’으로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활시 동인
한국NGO신문 대표이사
핸드폰 : 010-6275-7036
<여영미 수상소감>
색종이를 작게 잘라 모아서 하늘로 흩뿌리면
색색의 작은 종이가 머리로 어깨 위로 눈처럼 내려온다
점점이 축복을 콕콕 찍어준다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웃자
시원한 물 한 모금 같은
파란 하늘이 눈 속으로 입속으로 마구 들어온다
어느 틈에 25년 가까이 되었구나
돌아온 나날을 세어 본다
25년 전의 뜨거웠던 가슴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 하나 가을 잎새에 적혀 있다
그 잎 하나 고이 받아들고
품안에 깊이 깊이 넣어본다
고맙습니다!!
<한국현대시작품상 수상작품>
10cm의 세상
김인숙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명예퇴직하고 심마니가 된 <직장암 랭보>가 산으로 간 뒤 베트남 새댁 <월남국수>의 아오자이가 뜨거운 눈물을 훔친다. 신문 배달하던 <ET>의 자전거가 금성으로 간 까닭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용이 된 미꾸라지>의 성공 신화는 <매 맞는 카사노바>의 후일담에 묻혀 재빨리 잊혀졌다. 푸른 눈의 강사와 어울리던 <미미>가 기지촌에 짐을 푼다. <이웃사촌>은 어제도 오늘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귀 밝은 베토벤>이 쓴 시가 세상을 밝힌다. 어린왕자를 기다리던 <사막여우>는 이미 죽은 지 오래 <천국의 양치기>가 세상 모든 羊을 거느리고 강을 건너간다.
트위터에 눈이 내린다.
메시지만 있고 실체는 없는 눈송이들의 행렬이 세상을 바
<김인숙 약력>
성신여자대학교 同 대학원 일문학 석사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역임
월간 『현대시학』신인상 수상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핸드폰 : 010-3003-2830
<김인숙 수상소감>
-목각인형을 깎는 장인의 끌날
매끄럽게 다듬어진 목각인형을 보며 인형의 체적보다도 더 많이 깎여 나갔을 수많은 나무 조각과 거칠게 각이 진 나무결들을 보드랍게 하느라 허공에 흩뿌려진 가루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보여지는 현재를 인식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사라져간 과거를 기억하는 건 또 한품 팔아야 하는 수고일 뿐입니다.
하나의 작은 무언가를 낳기 위해 더 큰 것을,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버리고 떼어내는 장인의 손짓은 합리적 선택과는 거리가 먼 바보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우 한 줄의 글 사이를 메울 하나의 단어를 위해 수많은 말들을 깎아내는 그 작업이야말로 작가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인 것입니다.
자신의 언어를 세상과 화해시키기 위해 때로는 긁히고 때로는 가시에 찔리면서 아픕니다. 언어 앞에 부끄러운 자학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그냥 그렇게 흩어져도 상관없었을 제 언어에게 소통이라는 기회를 주신『한국현대시인협회』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현대시작품상 수상작품>
시간의 늪에는
김우현
달빛이 산다
오래된 월여(月餘)를 닮은
노란 유채꽃이 산다
유채의 유랑의 잔상이 묻어서 산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라비아 반도의
사랑과 그리움과 모험과
그 옛것들의 밤의 이야기
괴괴한 카오스의 엑소더스가 살고
바다 건너 잉카의 아름다운 산야
산야에 가려진 슬픈 맥이
흐르다가 인화된 채
그림자로 산다
거기에는 네가 살고
네가 살다간 흔적이 살고
나는 너와 더불어 붉게 물든다
너는 달빛만큼 가고
달빛만큼의 나는 남는다
네가 천 일 전의 야사(野史)를 보듬을 때
그때에 나의 초야의 문은 열린다.
<김우현 약력>
충남 부여 출생, 장승조각가
국제 pen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서초문인협회 회원
시집; 「바람의 아들」,「깃 없는 날개」,「삥꾸 이야기」
수상: 문예사조 문학상, 문예사랑 신춘문예 최우수상, 매월당문학상, 이육사문학상
핸드폰 : 010-3186-1948
<김우현 수상소감>
노을 속을 들여다본다
그녀의 속살, 피사체의 실루엣을
훔쳐보기로 한다
한밤이 다하기 전
금침의 구들장에서
의식의 그루터기를 희롱하기로 한다
허식이든 진실이든 의미는 없다
유랑의 쌍곡선ㅡ
해진 데를 찾아나서야 하며
허랑한 바랑을 기워야 한다
노을일
그녀의 속살을 훔쳐내야만 한다.
ㅡ“찬란한 일탈”
백당나무 헛꽃에 들앉은 노을 속에서
은닉의, 그 찬란한 실체를 벗겨나가듯
출구를 찾아나서는 배반의 언덕에는
가난한 자의,
간단없는 징의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광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더욱 매진토록 하겠습니다.
2013 한국현대시인상 및 한국현대시 작품상 수상작품.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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