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문화의 집·서울'에서 개최된 제28회 '시의 날' 기념식에서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손해일 이사장이 개회 선언과 함께 인사말을 하고 있다./미래일보
 
손해일 이사장, "시인은 조잡한 언어의 쇠그릇에서 시어를 고르고 녹여서 보석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제28회 시의 날 기념식이 지난 1일 오후 3시 서울 '문화의 집·서울'에서 200여 명의 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최지아 시인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시의 날' 기념식은 (사)한국현대시인협회와 (사)한국시인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주관한 행사로 서울특별시가 후원했다.



1일 오후 서울 '문화의 집·서울'에서 개최된 제28회 '시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 시인들이 자필로 서명한 서명지./미래일보

손해일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문단 선후배들을 모시고 시의 날을 자축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현대시의 출발점인 육당 최남선 선생이 <소년(小年)>지에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하면서 이 시를 발표한 11월 1일은 1987년에 '시의 날'로 정한 이래 매년 저희 한국현대시인협회와 한국시인협회가 공동주최로 자축해온 지 28년째 맞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이어 "시인은 조잡한 언어의 쇠그릇에서 시어를 고르고 녹여서 보석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사"라며 "그러나 시인은 혼신의 정기를 모아 부단히 정진하지 않으면 표현의 꽃을 피우지 못하는 '비극의 식물'일 뿐이다. 혼돈스런 난세에 시인은 지록위마와 곡학아세를 배격해야하는 고독한 존재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손해일 이사장은 "그 동안 학교교육을 통해 많은 시어를 접할 기회가 많아 시인들이 남긴 시에 도취되었던 젊은 낭만의 시절도 잠시였고 입시에 시달린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할 이유도 없이 삶의 전쟁에 시달리는 우리들의 존재성에 의심이 생기고 마음 자체가 더 가난하고 빈곤을 면치 못하고 허덕이는 젊은이들의 일면이 불쌍하고 한탄스러워진다"며 "'시가 읽히지 않고, 문학이 사양길을 맞았다','위기다'라고 한다"며 "그러나 시인들이 있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한 시와 문학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일 오후 서울 '문화의 집·서울'에서 개최된 제28회 '시의 날' 기념식에서 함동선 시인이 문덕수 원로시인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미래일보

이어서 함동선 시인이 문덕수 원로시인의 축사를 대독했다.
 
함 시인은 "시를 국가의 행사로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헌화가를 인용하면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이 자연과 밀접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함 시인은 이어 '시의 날' 선언문 내용의 첫 머리에는 "시는 삶과 꿈을 가꾸는 언어의 집이다. 우리는 시로써 저마다의 가슴을 노래로 채워 막힘에는 열림을, 어둠에는 빛을, 끊어짐에는 이어짐을, 있게 하는 슬기를 얻는다. 우리 겨레가 밝고 깨끗한 삶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그러한 시심을 끊임없이 일구어 왔기 때문이다."라며 "육당 최남선 선생이 '해(海)에게서 소년에게'가 1908년 <소년>지에 처음 발표 된 날, 11월 1일를 '시의 날'로 한다로 기록된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서울 '문화의 집·서울'에서 개최된 제28회 '시의 날' 기념식에서 양현미 서울시 문화체육정책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미래일보

양현미 서울시 문화체육정책관은 축사에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승강장에 있는 시 한 줄을 읽으면서 지친 마음을 가다듬고 정화하는 계기가 된다"며 "지난 2007년에 시의 도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시가 흐르는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사업이 시작됐는데 그동안 문학단체 관계자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덕분에 서울이 시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양현미 시 문화체육정책관은 "올해는 지하철 승강장에 있는 시 작품 일부를 교체하고 시를 늘려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저작권에 관한 비용 등 제도적인 개선을 거쳐 시가 시민들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자리가 시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일 오후 서울 '문화의 집·서울'에서 개최된 제28회 '시의 날' 기념식에서 남성 4중창단 등의 공연과 함께 이혜선 시인 등의 자작시 낭송 공연이 펼쳐졌다./미래일보 

이어서 남성 4중창단의 '지금 이 순간' 등의 공연을 비롯 문덕수 원로시인 등의 시를 형상화한 마임 공연이 펼쳐졌으며, 이혜선, 이애진, 홍금자, 이오장, 강일석, 조마리아 시인 등의 자작시 낭독이 이어졌다.



1일 오후 서울 '문화의 집·서울'에서 개최된 제28회 '시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 시인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미래일보 

이날 '시의 날' 기념식을 준비해 온 위상진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국장은 "시는 인간의 사상과 심성을 치유하는 명약이다"라며 "시는 자연을 마음속으로 끌어 않는다. 건강한 사랑에는 시가 있고 낭만이 있다"라고 말했다.


[장건섭 기자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