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비 제막식을 하고 있는 문덕수 시인.     ©이경

 
현대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부안지부, 부안군청, 부안문화원, 시문학사 후원
오남구 시인은 심상운, 김규화 시인 등을 주축으로 하이퍼시 운동에 주력

[한국NGO신문] 이경 기자 =  국립공원 1호인 변산반도 백천내 바위골짜기에 고 오남구(본명. 오진현) 시인의 시비가 세워졌다. 2015년 11월 28일 12시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부안호 문학동산에서 오남구 시비 건립 위원회와 (사)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부안군지부, 부안군청, 부안문화원, 월간시문학사 후원으로 유족과100여 명의 문학인들이 모인자리에 오남구시인의 대표시 ‘벽. 멈추어 서 버린 그 곳’이 돌에 조각되어 문학동산에 세워졌다.

 오남구 시인은 1946년 부안군 백산면에서 출생하여 1973년~1975년 월간 <시문학> 추천완료(미당 서정주 추천) 하였으며, 시집 "동진강월령", "초민", "탈관념", "딸아 시를 말하자", "첫 나비, 아름다운 의미의 비행", "빈자리" 등을 발표하였고 시선집 "동학시"와 시론집 "꽃의 문단법", "이상의 디지털리즘"과 시 전집 "노자의 벌레"를 출간, 2000년 자유문학에 평론으로 등단 후 “시와 의식상”, “시문학상”, “자유문학상” 등을 수상 하였으며 계간 <시향>을 발행하여 문단에 탈관념시의 모태를 세우는데 앞장섰다.

심상운, 김규화 시인 등을 주축으로 하이퍼시 운동에 주력 한국문단에 새로운 시의 방향을 제시한 하이퍼시의 선구자 역할을 담당하였으나 지병인 췌장암으로 2010년 아깝게 작고했다.
이날 김필영 시인의 사회로 권은중 시인의 약력소개를 시작으로 시비건립 위원회장 심상운 시인은, 전북 부안을 고향으로 둔 시인으로서 한국 시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시인의 발자취를 오래도록 남기려는 뜻에서 경향각지의 문인들과 유족들이 힘을 합하여 시비를 세우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였다.

또한 부안문인협회장 김호심 시인의 추념사에 이어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손해일 시인은 오남구시인의 문학적인 업적과 기념비적인 시작활동을 회상하여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이어 송시월 시인의 시인회고와 이혜선 시인의 유고시 낭송 및 고종목 시인의 추념시 낭송을 하였으며, 유가족을 대표하여 동생 오제운(신태인고등학교 교장)의 인사말에서 오남구 시인이 남기고 간 커다란 업적을 모든 이에게 다시 한 번 깊이 새겼다.

 노환을 이끌고 자리에 참석한 원로 문덕수 시인은 “오남구 시인이 탈관념시를 주창하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 하이퍼 시론을 개척한 일은 한국 시문학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커다란 업적”이라고 회고했으며, “생존해 있다면 하이퍼시가 조금 더 발전했을 것”이라며 일찍 작고한 것에 대해 애석해하였다. 건립위원회 회원들의 십시일반 모금과 유족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시비 제막은 삭막해져가는 문단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특히 행사의 모든 것을 주관한 둘째 딸 오혜정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 고인이 발행하던 시향을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발행할 것을 다짐하였으며 얼마 전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

▲     © 이경

도 모두 아버지의 은덕이라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추진위원회 고문이신 신규호, 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김용언, 조명재시인, 사무총장 이오장 등 많은 시인과 문학인들이 참석한 시비제막식이 부안호의 물결을 한 층 더 맑게 출렁이게 하여 시인정신을 더욱더 빛나게 하였다.

벽. 멈추어 서 버린 그 곳               
         ㅡ하관
                                 오남구
차마 헤어질 수가 없다.
눈길 꽃상여를 따라가다 따라가다
멈추어 서 버린
그 곳, ㅡ싸르륵
첫 흙을 던지는 캄캄한 일순
벽이 보인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냉정한
벽, ㅡ싸르륵! 싸륵! 싸륵!
덮는 피빛 흙
덮는 눈발
삭풍 소리 억새칼잎 소리 소리란 소리
세상의 차가운 것들
덮어서 쌓여서 솟은
이쁘게 만들어서 더 슬픈 봉분
새삼 보는 벽이다. 벽
더는 따라갈 수 없고 멈추어
서 버린 그 곳, ㅡ싸륵! 사륵!
간 발자국을 되밟아서 오는 우리
흰옷 머리 숙여 눈 쌓이고
말들 잃은 채
눈 위에 그린 한 폭 수묵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