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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척박한 산비탈을 소 끌고가 쟁기로 논밭 갈아 농사짓던, 때로는 파도 심하고 암초 많은 동해 바닷가에 작은 배 타고 나가 그물을 던져서 고기 잡던, 아버지의 단단한 어깨뼈를 물려받고, 때로는 얼어붙은 겨울 시냇가에 얼음 깨고 시린 손으로 빨래를 하던, 때로는 잔솔 가지 모아 태워 매캐한 연기 나는 부엌에서 보리밥을 짓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젖가슴 살을 이어받고 이 땅에 무궁화 한 송이 태어났다 그늘진 산골짜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에서 아침 이슬 머금고 일어난 저 어여쁜 자식, 푸른 잎사귀 가진 것들과 이웃하고 네 발 달린 것들과도 함께 어울리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더니 어느새 세상 사람 다 품을 만큼 훌쩍 커버렸구나 너는 산에서 내려와 절벽을 이기고 선 소나무같이 되어라 하였고 너는 바다에서 돌아와 폭포를 거스르고 올라선 연어같이 되어라 하였지 상처 가득한 몸으로 만발했던 너, 착각 같은 봄을 어이 지냈는지 난데없이 비바람 몰아쳐 이튿날 아침 떨어져 버린 꽃, 수의에 덮인 관속에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무궁화 한 송이, 하나의 꽃에서 다시 필 다른 꽃으로 옮겨 간 것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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