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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navy size=4 face=궁서체> <pre>
꿈(夢)
김 종 제
어젯밤 꿈속에서
얘야, 네가 무거운 수레를 끌면서
어디론가 가고 있더구나
옷 다 찢어진 채로
봉두난발 머리 풀어 헤치고
신발도 어디로 달아났는지
험한 자갈길을 맨발로 가더란다
애비, 애미 있는 고향의 집까지 와서
네 방에 들어가지도 않고
얘야, 어디로 가느냐
아무리 불러도 한 마디 대답없이
뒤 돌아보지도 않고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더란다
도대체 어디를 그렇게
그 무거운 수레를 끌고 가느냐
달려가 붙잡고 보니
수레안에
세상의 온갖 오물이 가득하더구나
지상의 똥오줌 더러운 것들 다 끌고
저 세상에 버리러 가더구나
내 어찌 붙잡을 수 있었겠느냐
얘야, 이 늙은 애비, 어미가
뒤에서 밀어주마
그 먼 곳까지
혼자서 얼마나 힘이 들겠느냐
하니 말없이 웃기만 하더구나
우리가 거들 사이도 없이
수레를 끌고
네 홀로 저 하늘로 가더구나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더구나
꿈을 깨고 보니
나비 한 마리 마당 풀잎에 앉아
이슬 먹고 있더구나
</pre></font></td></img></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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