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소개

이름 김종제 이메일 gusukgy@hanmail.net
작성일 2004-07-04 조회수 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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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火)
달려드는 비를 안으며 걸어가니
아, 알겠다
옷속에 숨겨놓은 몸이 축축하게 젖어
비, 그의 눈이 되고
비, 그의 혀가 되고
비, 그의 심장이 되어 보니 이제 알겠다
내리는 빗물이 사실은
무언가를 붉게 태워버리려고 하는
불이라는 것을
물속에 한참을 있어 보니 알겠다
그 모든 물이 흘러가는 길이
사실은 불길이라는 것을
모든 눈물이 사실은
불에 탄 붉은 마음이라는 것을
온몸이 비가 되어 보니 알겠다
불은 껍데기 겉 살갗을 태우지만
물은 뼈속에 몰래 감춰둔
사랑까지 들춰내 태운다는 것을
떠나간 사람을 불러보며
반성처럼 눈물을 흘려보니 알겠다
한 점 남김없이 다 태우고
빗물의 재가 되어야
흐르는 물속에서 다시
내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겠다
그 언제였던가 불의 기억을 되살려
머리부터 후려치는 비에
활활 타오르니 알겠다
비를 맞은 것들은 모두
그리움으로 애가 탄다는 것을
그래서 짙푸른 자신을  
불의 잎으로 드러낸다는 것을
아,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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