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맞추기 / 만은 김종원
냉장고 야채 박스에
꽁꽁 언
아내의 사랑
며칠 곁눈질했더니
시들해진 사랑은
온기를 밖으로 내보내며
문을 꽝 닫고
차갑게 변하더니
푸석한 얼굴로
꽁꽁 얼어 버렸다
친정에서 돌아온 아내는
몇십 년을 같이 살아도
늘상 어린애라며
언 야채를 들고
혀를 끌끌 차면서
마냥 토라진다
돈 드는 일도 아닌데
날마다 관심의 끈 적당히
당겨만 주면 되는 일인데
마음의 군불 가끔 지피는 일인데
온도 하나 못 맞추어
시베리아 벌판처럼
꽁꽁 얼어 버린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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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맞추기 / 만은 김종원
"여보, 바로 드실 수 있도록 야채 다듬어서 냉장고 야채 박스에 넣어
두었으니 꺼내 드세요."하고 아내가 며칠 친정 나들이를 하면서 당부하
였다.
그런데 밖에 꺼내 놓은 것만 골라 먹다 보니 냉장고 야채 박스 여는
것은 까맣게 잊고 말았다. 며칠 후 친정에서 돌아온 아내. 꽁꽁 언 야
채를 들고 온 집안이 시끄럽다.
온도 하나 못 맞추어 이 나이에 아내에게 야단이나 맞다니, 내 참...
긴장 풀지 말고 사랑의 끈 적당히 당겨서 야단 안 맞는 여러분이시길
빕니다.
..............<2004. 07. 06(화) 아침 만은 드림>.............
* 만은 김종원(晩隱 金鐘元) 문학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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