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남자 - 40대의 시를 쓰는 남자다
여자 - 40대의 시를 쓰는 여자다
막이 오르면 해설자가 봉산탈춤에 나오는
말뚝이 탈로 얼굴을 가리고 나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해설자 : 나는 아니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지금 연극을 하고 있다
아니 벌거벗고 태어난 그 순간부터
세상이라는 무대 위의
한 사람의 배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분들이 이 연극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당신들이 쓰고 있는 얼굴을 벗어던지든지
우리가 준비한 탈, 즉 가면을 써야 한다
오늘 이 무대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얼굴이 아닌
얼굴을 쓰고 한 두 사람의 연극 이야기이다
(해설자가 퇴장해서 탈을 벗고 나온다)
남자 : 나는 늘 이 현실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내게는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들이 마시고 내뿜어대는
이 끈적끈적한 눈길을 주는 공기도
내게는 맞지 않아
왜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거지
(여자가 웃으며 손에 탈을 들고 등장한다)
여자 : 당신이 뭔가를 착각하고 있군
세상에서 당신에게 맞는 것이라곤
이 탈밖에 없어
이 탈을 쓰는 순간
당신은 현실에서 탈출하는 것이지
당신이 원하는 그런 모습을 가져다 줄거야
(남자가 여자에게서 탈을 받아 쓴다)
해설자 :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는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가면을 쓰고
적나라한 현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탈을 쓰고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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