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 만은 김종원
나를 흔들지 마라
길섶의 들국화 점잖을 빼면
기인 가을밤 소슬바람에
샘골 과부댁 한숨이 인다.
봄바람 살랑이던 아득한 날
꽃다지 쑥 캐던 나물 바구니
정분으로 채워 아지랑이 어지럽던 날
새순끼리 볼 비비며
들판을 취하게 했었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기대는 일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서로 몸을 기대고
가을을 기다리던 풀잎의 소리를
산 너머 뭉게구름도
아슴아슴 들었네.
까닭 없이 외로울 땐 감나무 끝
까치 밥으로 하나 남은 감
흔들어 보지만
그리움이 어디 가겠는가
살강 닦던 어머니
길쌈하던 할머니가 안 보인다고
고향집 텅 빈 마당에
그리운 바람마저
아니 일겠는가
달동네 문풍지에 부는 황소바람
사람 잡는다고
봄바람마저
인정의 꽃바람마저
잊어야만 하는가
..................................
바람의 노래 / 만은 김종원 (晩隱 金鐘元)
내일 모레부터 추석 연휴에 접어 드네요.
마음은 벌써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집에 가 있겠지요.
어버이가 살아계셔서 고향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차를 몰고, 고속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더라도 고향집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명절이 되면 까닭 없이 무언가 그립고 쓸쓸한 사람들이 있지요.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은 벌써 50여 년 한맺힌 망향가를 부르고 있으며, 중국 교포들이나 동남아에서 온 근로자들도 우리가 명절을 즐길 때는 두고온 가족들을 그리워한다고 합니다.
각종 수용시설 곧, 고아원의 고아들이나 아들딸이 없어 또는 그들로부터 버림받아 양로원이나 단칸 셋방에서 쓸쓸하게 추석을 맞고 있을 노인들......
하긴 그 분들은 체념이라도 하겠지만 온다고 했던 아들딸이 경기가 안 좋아 추석 전야가 이슥하도록 안 올 때, 아! 어머니 아버지는 몇 번이나 동구 밖을 서성이며 저 먼 산모롱이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하였을까요?
끝내 오지 않는 아들딸이 야속하기도 하고, 그런 나라 경제가 워망스럽기도 하고, 그럴 때 어버이들은 명절이 왔어도 조금도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만은도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형제 누이마저 서울에 사니 고향은 타향처럼 되었습니다.
1년에 한두 차례 성묘를 핑계 삼아 고향 마을에 가 보지만 부모님이 안 계시는 집은 쓸쓸하기 그지 없지요. 부모님이 안 계신 텅 빈집 마당을 한 번 쳐다보고 발길을 돌린답니다.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명절 때마다 찾아뵈어야 하는데, 교통이 불편하다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 때 고향을 찾은 것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었으니 두고두고 한으로 남는군요.
그래 시로나마 읊어 보았었지요.
추석은 추수감사제의 의미와 자손들에게 족보교육을 할 수 있는 조상숭배 정신의 계승 및 대가족이 한 식구라는 확인과,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던 고향 동네 사람들이 일년에 한 번이라도 만나서 동향 사람끼리의 인정을 나누는 소중한 기회가 되지요.
또한 불우 이웃들의 아픔을 찾아 어루만져 주는 기회가 된다면 불경기로 마냥 썰렁한 추석일지라도 인정 넘치는 훈훈한 바람이 부는 추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고향길 오가며 안전운전에 주의하고, 또 내 쓰레기는 내가 책임질 때, 보름달이 주는 넉넉함 만큼이나 행복하고 인정 넘치는 추석 명절이 될 것입니다.
......< 2004. 09. 24(금) 아침 만은 드림 >.........
* 만은 김종원 문학서재 : http://kjw.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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