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어느 사이에 곁에 다가왔다가
대나무 잎을 흔들고
나 잡아봐라 하며 사라져 가버리는
한 줄기 바람 같은 것이다
눈에 가득 들어찬
대보름 환한 달빛 같이
세상을 다 품고 앉아 있는
텅 빈 마음을 가진 것이 틀이었다
한 밤중을 닮아
어느 구석진 곳에 움크린 채
숨어있는 도둑고양이 같은 것이
목숨이 살아 있어 조금씩 자라난다
어느새 방이 되어
누워있는 나의 몸을 삼킨다
어느새 집이 되어 감옥을 만든다
쇠창살 가득한 틀이 일어선다
한 순간에 무너질 거대한 몸집을
가진 공룡이다
네가 부리로 알을 깨뜨리며 나왔던
그 순간을 기억해
너의 진실을 가로막는 허물의
껍질을 뚫고
새롭게 변신하며 태어나는
한 마리 능구렁이가 되어야 해
새벽에 단단한 음지를 터뜨리고 나온
향기로운 독버섯이어야 해
꼼짝 못하게 손과 발을 묶어놓은
틀을 부수고
바람 같이 달빛 같이
세상이 나에게 걸어놓은 주술로부터
한없이 자유로운 날개를 가져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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