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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한 때
창원은 골프장 살인사건의 발생지로 유명해 졌고
서울은 아흐레 동안 남녀 그 살인자가 감쪽같이
숨어 있다 잡힌 곳으로 유명해 졌다고
이런 유명세는 정말 기억에 머물지 않았으면 싶다고
창원과 서울 지인이 부질없이 한탄처럼 한숨처럼
전화안부를 나누는 한여름 한 때
어쩌지요
나는 교통위반을 하거나 음주 운전을 저지르고도 순순히 처벌받기는커녕 적당히 아는 사람 들먹여 능청스럽게 딱지떼지 않고 안 그런 척 멀쩡히 시치미 떼는 사람 싫은데요
나는 아예 그런 경지에 죽어도 가보지 못할 처지여서 생각할 그 무엇도 없지만 소위 대학사회에서 논문을 제 실력으로 안 쓰거나 못쓰고 은근설적 누구 도움을 받거나 돈 힘으로 적당히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소문 들을 때는 정말 그럴 수 있는가 그런 사람은 사회 정의나 미래를 위해서도 제발 제대로 대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굳게 가지고 있는데요
어쩔거나, 내가 그렇게 경계한 인물들이 멀쩡히 그 까다롭다는 국회 청문회 쓱싹 통과하거나 통과 못하더라도 영민하다는 임명권자 어떻게 눈을 가리거나 속였는지 무슨 장관이니 뭐니 감투 쓱쓱 쓰고 나서는 데는 도대체 숨 막혀 죽겠는데요 어쩌지요?
대통령 두 사람
-작곡가 윤이상 독일 산소 푯말
동백 한 그루 독일에 잠든
동포 작곡가 윤이상 무덤에 심어졌다
이 동백은 윤이상 고향 통영 꽃
고향 그리는 고인 심정 헤아려
갖다 심어준 것이야
그 어떤 이야기 걸리적거리더라도
결과는 훈훈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꽃 심어놓고
거기 세운 푯말 거슬리는 건
이 초췌한 늙은이 눈 탓인가?
아무리 보아도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
한 것 대통령이 두 사람 같은데
문재인은 대통령이고 김정숙은
그 부인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렇게 써야지
되는 것 아닌가
우리 이름 서양식 쓰기 바른 길은?
서양식 이름표기는
‘이름’은 앞에 ‘성’은 뒤에 쓴다고
겨우 알파벳이나 아는 나 같은 것도
그것을 무슨 철칙으로 알고
어쩌다 한 번씩 쓰는 경우에도
게발새발 ‘HA RYONG OH’ 라고
이름은 앞에 성은 뒤에
그려서라도 따르려 하는데
한국일보 이정모 칼럼(2017.7.11.)*은
우리 이름 이대로 표기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내용인즉,
동포 작곡가 윤이상을 ISANG YUN이라
써 놓았으나 독일 사람들은
이름이고 성이고 가리지 않고 그냥
‘이장윤’으로 읽고 부른다니 황당한데
*필자 이정모의 설명; ㅅ은 독일어 모음 앞에서는 ㅈ발음이 된다고 함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독재자 베니토 무쏠리니
누가 그랬지
역사는 반복된다고?
아니 그게 역사인데
누가 그래?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반복 된다는데
저 1945년 4월 28일 이태리
밀라노 로레토 광장 주유소 건물
푸줏간 고기처럼 거꾸로 매달린
독재자 베니토 무쏠리니 시신
욕설과 침 뒤집어쓰고
따르던 여자 함께
아무리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이 장면
다시는 안 보게 되기를
빌고 바라지만
낡은 이름
-가수 윤심덕 연극인 김우진
때때로 <사의 찬미> 흥얼거린다
윤심덕 낡은 이름 떠오른다
현해탄 관부연락선
함께 투신한 애인 김우진도
나도 이제 낡았으니
그래서인가
얼마 전 목포문학관에서
흔적 보았더니
김우진은 필체가 아름다웠다
나는 어쩌자고 지금도
<사의 찬미> 흥얼거리고
서른 동갑 아깝다는 생각
윤심덕 김우진 그 낡은 이름
뇌리 떠나지 않는가
어떤 지역전설
교장을 40여년 하고 퇴임한 한 사학 교장이 있었다 그가 한창 때 지역 한 대학졸업식장에 축하차 갔을 적 일이었다 총장이 졸업 연설을 하며 졸업생 하나를 특별히 소개하고 있었다 그 어렵다는 신춘문예에 당선한 졸업생이라는 것이었다 졸업식이 끝나자 그는 이 졸업생을 자신의 학교 교사로 선뜻 채용 하였다 교장은 마산무학여고 서익수 교장이었고 행운의 교사는 성선경 시인이었다 이제 서익수 교장도 학교를 떠났고 중견이 된 성 시인도 얼마 전 교사로서 명예 퇴임하여 하나의 지역 전설이 되었다
차 한 잔
‘어떤 지역전설‘의 내용을 아는
한 싱겁이가
서 익수 교장과 차 한 잔 하는 자리에서
“그 성(선경) 시인이 교장 선생님과
식사는 몇 번 하셨겠네요?“
“아니 아니, 나도 학교 떠나고
그도 이제 학교 떠났다는데
차 한 잔 한 적이 없어요“
동인지 <잉여촌 32집>
오하룡 약력
1940년 경북 구미産. 1964 잉여촌 창간동인. 1975년 시집 <母鄕>으로 본격 활동
시집 <잡초의 생각으로도>, <별향>, <마산에 살며>, <창원별곡>, <내 얼굴>,
<몽상과 현실사이>, <시집 밖의 시>, 시선집 <실향을 위하여>, 동시집 <아이와 운동장>등
한국현대시인상, 한국문학백년상, 한국농민문학상, 경남도문화상, 마산문학상 등 수상
현재, 마산문협 고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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