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 晩堂 / 김정수 -

어젯밤 늙은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새벽잠 삐시기 깨자마자 시치미를 떼는 걸치기 양반

구수한 막걸리를 얼마를 마셨기에

정신이 몽롱하여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 말에

여우 같은 아내는 심통이 났었나보다…

염치없는 껍데기들의 옹알거리는 헛기침-

아 - 머리도 아프고 쓰린 속 달래려고

시래기 된장 국물 먹었으면 해서 졸라댔더니…

무슨 배짱이 그리 좋아 차갑게 시부렁대는지 나 참…

첫마디가 당장은 못 끓여준다고 거절하는 칼날 같은 아우성

초장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듯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 술국을 잘 끄려 주던 할멈이 톡 톡 튀기는지 알 수가 없다.

끓여줄 수 없다면 그만이지, 할멈이 악담을 하내 악담을…!

늙어가는 내가, 시방 약발이 빠진 것은 아니겠지?

빠졌다면 큰일인데 오매 어이 헐꼬? 오매 어이 헐거나?

그래도 사내라고 자존심을 지키려는 어리석은 남자들-

두렵고, 심통이 났으나 내 원하는 깊은 속셈은

늙어가는 작금의 세월, 시래기 국물은 하나의 핑계일 뿐,

삐시기 웃으며 잠깐 져주는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 하는 철딱서니 없는 헛기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