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렇게 쌍날이 선 작두를 타는 날이다

원래 연습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대신

전날 밤에 약이 바짝 선 날을 한참 바라다본다

누구에게 저렇게 소름끼치도록 날카롭게

날 세워본 적 있는지

누군가 날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침부터

미끄럽기만 한 비가 칵 칵 쏟아지는 날

찰나의 서툰 몸짓에도 피를 보게 되느니

소심한 한 점 바람이라도 불지 말아야 할 텐데

허구한 날을 이렇게 하늘 빌붙어 산다

누구도 상관없는 나만의 날을 타고 싶지만

아마도 죽는 날이 그 날이지 싶다

신들린 난리굿을 한 판 옴팡지게 끝내고 나면

얼굴의 땀, 피 발바닥, 빗물이 튄 무복(巫服)까지

쓰다 남은 나를 기꺼이 새 날에 보시(布施)해야 한다

여러 날이 새도록 거친 숫돌에

자기 배를 쓰윽 싸악 갈린 그래서

빛이 나고 재물과 이름을 얻은 사시미 칼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