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소개

이름 한규봉 이메일 hycle@hanmail.net
작성일 2018-04-29 조회수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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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몽유병(夢遊病)
◯ 몽유병(夢遊病) ◯
 
 
뇌비우스/한규봉
 
 
 
 
 
당신이 쓸고 간 자리는
마치 바람이 그러하듯이
흔적 없이 쓸쓸합니다.
 
 
당신이 앉았던 자리는
마치 낙엽이 그러하듯이
맥없이 바스락거립니다.
 
 
문득
깊은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두리번거리는 나는
불현듯이 허공을 걷는 몽유병자 같습니다.
 
 
봄이 쉬이 온다 하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런 봄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붉은 시체(詩體)입니다
 
 
겨우내 딛고 살아왔었던
푸른 모국어를 잃어버린 채
촛불 들고 울부짖는 어린아이처럼 말입니다
 
 
어리둥절한 시간을 밟고 서서
지금 몽유병을 앓고 있습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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