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나는 가짜입니다

부끄럽지만 스물셋이 되던 해에 알아버렸습니다

저는 가짜입니다

마음이 조금 쓰리네요

나는 누군가의 소모품이었던 구멍 뚫린 도자기입니다.

무엇으로도 나를 채울 수 없네요

어떤 행위들도 내가 될 수 없네요

내가 누군지 나에게 물어도 나는 대답해주지 않네요

가짜도 영혼을 가질 수 있을까요

감히 생각이라는 것을 해도 되는 존재일까요

사랑은

과분하겠지요

솔직하면 날 싫어할까봐 나를 감추고 숨었더니

어디에도 나는 없네요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칙칙한 색만 남았네요

누구를 위해서 그토록 간절히 덮어두었는지

나에게도 보여줄 생각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