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려 하는 꽃은 미련하고

잠깐 동안은 미려하겠지만

떨어질 때 꽃은 미련을 남긴다

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거라서

남자에게 꽃은 한 잔 꺾는 것일 테고

엄마의 꽃이란 활짝 피는 일 없이

오래도록 숨죽이고 오므려 있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제대로 한번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놈의 세상이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사람마다 오색의 봉오리가 송이송이

참을 수 없이 시시하고 너절하게 달려있어

앞으로 만개할 날을 상상하며

힘든 발걸음을 잠시 멈추기도 한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잊을 수 없어

다시는 물을 주지 않겠다던 다짐을

철통같이 없애고 지워

처박아둔 물뿌리개 들고 마음의 호수를 찾는다

영원히 피고 싶어 하는 꽃들에게 묻는다

꽃을 피우는 고난의 순간이 결코

고고한 드라이플라워보다 아름답지 못하지 않으며

시들어가는 꽃이 꽃은 아니듯

활짝 피어버린 꽃도 꽃은 아니다

떨어질 내일 꿈꾸며

멋지게 착지할 동작을 연마하고 있을

이미 하나의 씨앗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