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癡呆)

                                        이 석 구

어찌 하필이면 모진 운명이

악령의 저주를 받아

분노의 화신이다

그냥 두면 길거리에서

들풀로 흔들리다가

하얗게 시들고 마는데

울분을 달래면서 타일러도

막무가내로 투정을 불지른다 

행여 충격 요법인 양

목청을 세워 나가라고 윽박질렀다

기다리다 지쳐 끼니를

거르기가 일쑤고

식은밥을 혼자 먹고도

아무렇지 않게 보살펴 주던

숙맥처럼 무던한 순정을

끌어안고 피눈물을 삼키면서

하얗게 무너진 넋두리를

밤새워 통곡했다

한동안 수굿하게 지내더니

말없이 원망 서린 눈길로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하고픈 말은 분노로 타오르고

궂은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밤

고요히 잠자는 듯이

한 맺힌 세상을 불사르고

은하의 바람으로 피어올랐다

타오르는 혼불을 뿌리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