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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一生을 따라 걷는 詩 ◯
-백야(白夜)로부터
뇌비우스/한규봉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백야의 소년은
윤동주의 꿈을 그렇게 새기었습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백야의 청년은
유치환의 깃발처럼 푸른 꿈을 펄럭이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백야의 젊음도
그렇게 노래하며 한때는
김춘수의 꽃으로 흥분하여 피었습니다.>
임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내 임은 갔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임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임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아아, 임은 갔지마는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백야의 중년은
만해가 임의 침묵을 휩싸고 돌듯이
홀로 임을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백야의 불혹은
이제 고은의 그 꽃을 시리도록 그리워합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백야의 지천명은
이렇듯 조지훈의 승무로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하였습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백야의 이순은
이형기의 낙화하는 영혼의 슬픈 눈처럼
발효되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백야의 마지막은
천상병의 귀천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오래오래 기도합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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