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화살이 되었는고

명중이란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

빗나가지 않은 것이 천만 불행 중

만만다행인 가을의 숲

오색 낙엽 속 떨어진 도토리는 안녕하시고

어둠을 떨어 이겨낸 새벽이슬은

과연 춥지 않고 찬란하던가

과녁을 지나치지 않았으니

앞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긴 거라서

보인다는 건 쏠 수도 있다는 것

촉끝이 무뎌진 채 나뒹구는

날개 잃은 너를 위해

단쇠*를 쇠망치로 달깡달깡

날 시퍼런 칼날로 바꾸어 주리

줄칼로 서늘하게 밀어나 보리

털고 일어나 다시 한 번

같은 자리에 있는 과녁을 향해

폼 나게 시위를 겨누어 보지만

떨리는 팔뚝과 흐려진 시야 때문에

퍼덕거리며 하늘을 쓸쓸하지 않게 날아갈지

흔하지 않은 두려움으로

아마 예전에 용기가 모자랐다면

이제는 철딱서니 젊음이 없으니

* 높은 열에 달군 뜨거운 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