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공기의 악다구니에 한참을

숨이 막혀 헉, 눈도 뜨지 못한 채

바람 한 점 느끼기를 소원한 적 많았지

보다 더 못 견디게 사람이 그리울 때는

아무런 그림자 뒤에 숨어 그렇게 한 숨 돌리고

죽을 만큼 아픈 화상은 절대 입지 않으리

다시 스스로에게 다짐을 받곤 하지

이제 잠시 도시를 비우고 홀로 자연이 되어

아직은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어린 시절의 코스모스 길을 걷는다네

내내 만성 권태에 찌들어 쳐져버린 시간들

오색 조각구름으로 잘려 하늘거리며 떨어지네

살갗에 닿는 연약한 꽃잎들 나풀거리며

사랑하며 살거라, 나지막이 간지럼을 주는데

때로는 마음으로 울리는 태아의 옹알거림이

혹독한 한겨울 추위보다 서늘할 수도 있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 얼마를 더 가야

아무 일 없는 듯 본래의 모습으로

십 리 석양의 들길을 걸어볼 수 있을까

들꽃은 예전의 향기만큼 가득하겠지만

과연 나란히 걸음 맞추려는 동행이 있을까

아, 휑한 가을로 오지게 가는 마음

쓸쓸히 기댈 곳을 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