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 쌓기 위해

꿈속과 사막

회색비 오는 도시의 포장마차로

죄다 찾으러 돌아다녔다

아쉬움이 남지만

약삭빠른 후회는 하지 않기로 한다

끊임없이 뛰어도 닳지 않던 심장과

변치 않기를 바라던 머리

이제는 모두 푸석해진 벽으로 남아

물기 마른 침묵 앞에 서 있다

보이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란 걸

그땐 알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볼 수 없는 부분까지 지긋이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뒷산의 황토 흙을 빚어 벽을 쌓을지라도

콘크리트 같은 믿음으로 기반을 잡아

그 위에 정성을 바쳐야 했지만

어쩌면 사랑은

높은 벽을 세우려다가

채 굳지 않은 약속에 의해

흙으로 부서지는 과정일지 모른다

끝내 끝끝내

  <한국문학시대> 55호.

삶이란 연속적으로 만나는 벽을 넘는 일이다. 마지막 장애물을 결국 넘지 못 하는 아쉬움을 나는 죽음, 또는 아름다운 결말이라고 부르겠다. 시도해 보지 않고 그만둔다면 세상 사람들이 아마 실패라고 말할 것이다. 새로운 벽을 만나는 것과 별개로, 때로는 나만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름다운 자재를 사용해서 벽을 쌓으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사랑, 시, 막걸리, 자식, 노래, 운동... 뒤돌아보니 좋은 소재가 참 많았다. 중요한 점은 무너지지 않는 벽을 쌓으려는 데에 있지 않고, 혹 가끔은 무너지더라도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