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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KMPOET 이메일 kmpoet@naver.com
작성일 2004-11-18 조회수 6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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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지금 견딜 수가 없다 / 이향아
나는 지금 견딜 수가 없다

이 향 아

꽃다발을 안겨준 후 악수를 하고
만족한 웃음으로 돌아서는 누구인가
아찔한 현기증에 나는 지금 쓰러질 것 같다
'축하합니다'
저 불타는 슬픔을 나뭇단 묶듯 다발 지어서
어찌 날더러 견디라는 것인가
꽃은 이미 절정도 영광도 지나
내 손에서 마지막 절규를 하고
증거를 남기려는 듯
우리는 웃으면서 사진까지 찍었다

뒷모습을 보이면서 하객들이 돌아간 후
꽃이여, 광활한 천지에 우리 둘만 남았다
남루한 내 가슴에 쓰러진 너를
떨리는 두 팔로 들어올리면
겨우 내게 오려고 그리 하였는가
자다가도 나는 문득 깨어서
세상에 다시없는 붉은 진혼곡
한 생명과 그 꿈의 종착을
수상한 밤을 지킬 것이지만
진정 내게 오려고 그리 흥건하였는가
너의 희망 그 지엄한 무게를
나는 지금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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