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김 나 라(보성여고 3학년)
집 앞 사과나무에 꽃이 지는가 싶더니, 오늘 사과가 열렸습니다
이파리 사이에 숨은 어린 사과는 아직 볼이 파랗습니다
나는 때맞춰 사고 같은 시를 쓸까 잠시 고민해 보다가
그 대신에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시를 끄집어내어
사고 열매 옆에 동그랗게 매달아 보았습니다
아직 덜 익어 볼이 파란 사과가 바람에 몸을 흔들고
고 옆에 동그마니 매어 달린 시도 바람의 춤을 춥니다
내 안에 살짝 숨어든 하늘과 햇볕과 그리고 비와별이
나의 시를 붉게 여물게 하기를 바래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내 안에서 가슴을 두드리고 있는 이 모든 하늘과 햇볕과 그리고 비와별이
동그랗게 맺힌 시를 어루만지고 또 더듬어 가며 다독여
물처럼 푸른 하늘이 더 높아질 때는
시안에 고인 부끄러움을 깨워 그 얼굴을 붉힐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이 볼이 파란 사과가 이파리 사이에서 붉게 익을 때쯤
아이는 사과를 따고 나는 시의 열매를 거두어들일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것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은 나는 어느새 웃음을 베어 물고 맙니다
그새 하늘에 돋은 하얀 반달이 사과와 나의 시를 가늘게 흔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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